늑대 – 우리 안의 ‘그림자’를 품은 야수

어릴 때 읽었던 이야기 속 늑대는 언제나 위험한 존재였습니다. 빨간 망토를 속이고, 아기 돼지들의 집을 무너뜨리고, 양 떼를 노립니다. 그래서인지 ‘늑대’라는 말을 들으면 지금도 먼저 떠오르는 것은 사나운 이빨과 어두운 숲입니다. 그런데 실제 늑대에 대해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상한 점이 생깁니다. 늑대는 강한 가족 유대를 이루며 살아가고, 우리가 이야기에서 보아온 것처럼 인간을 찾아다니며 공격하는 동물도 아닙니다. … 더 읽기

정지아 《아버지의 해방일지》 – 부모라는 프레임을 넘어, 한 인간을 온전히 마주하는 일

부모는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부모를 다 안다고 생각하죠. 어린 시절 나의 부모는 나를 돌봐주는 존재였고, 사춘기에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었으며, 성인이 된 뒤에는 함께 인생을 이야기하는 친구같은 어른으로 존재합니다. 그러나 내가 이만큼 자란 그 모든 시간 동안 나는 ‘엄마’와 ‘아빠’라는 역할을 경험했을 뿐,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온 한 명의 인간인지는 충분히 알지 … 더 읽기

온다 리쿠 《달의 뒷면》 – 우리는 왜 하나가 되고 싶어 하는가

저는 미스터리 소설을 읽을 때 보통 ‘누가, 왜’라는 질문에 매달립니다. 그게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재미이죠. 그런데 온다 리쿠의 《달의 뒷면》을 읽고 나서는 조금 다른 질문이 남았습니다. 물론 초반에는 ‘누가, 왜’라는 질문을 기본으로 이야기를 따라갔다면 후반으로 갈수록 사라진 사람들이 아니라, 그들을 쫓던 사람들에게 자꾸 마음이 갔던 것입니다. 그들은 정말 진실을 원했던 걸까요, 아니면 다른 무언가를 원하고 … 더 읽기

사과, 인류가 가장 많이 깨문 상징 – 유혹과 선택의 심리학

1. 왜 하필 사과였을까, 보편적 과일이 품은 서사의 힘 서양의 오래된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유난히 자주 마주치는 과일이 있습니다. 사과입니다. 에덴동산의 선악과, 백설공주를 잠재운 독사과, 뉴턴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는 사과, 파리스가 여신에게 건넨 황금 사과. 오렌지나 바나나, 복숭아가 아닌 왜 하필 사과였을까요? 여기에는 사과라는 과일 자체의 보편성에 있습니다. 야생 사과의 원산지는 중앙아시아의 톈산산맥과 타림 분지 … 더 읽기

인간은 왜 자신을 비추는 이야기를 만들었을까 – 거울의 심리학

《백설공주》에는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라고 묻는 왕비가 등장합니다. 서양의 옛이야기 속에서 거울은 진실을 말해주는 신비한 사물로 자주 등장합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우리나라의 옛이야기 속에서는 이런 ‘마법의 거울’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왜 우리 옛이야기에는 거울이 잘 등장하지 않을까요? 답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우리가 지금 쓰는 것과 같은, 맑고 또렷하게 얼굴을 비추는 유리 거울은 18세기 무렵에야 외국에서 … 더 읽기

영화 《얼굴》 ‘임영규’ 캐릭터 분석 – 낙인된 인간의 존재와 파멸

많은 리뷰는 영화 《얼굴》을 사회비판 영화로 읽습니다. ‘추함’과 ‘아름다움’을 규정하는 사회, 장애인을 향한 편견, 외모에 대한 폭력. 물론 모두 중요한 주제이지만 저는 이 글에서 조금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자 합니다. 사회의 시선이 아니라 그 시선을 온몸으로 받아낸 한 인간, ‘임영규’ 그 자체에 대해서요. 폭력적 세상과 타인의 조롱 한 가운데에서 상처 입은 사람은 심리적으로 어떤 어려움을 갖게 …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