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코보 《모래의 여자》 – 찾는 자유와 선택하는 자유, 모래알 사이 그 어디쯤

모래 위에 놓인 아베 코보 《모래의 여자》 책 표지

일본 작가 아베 코보의 《모래의 여자》는 읽는 내내 입안에 까끌한 알갱이가 씹히고, 손톱 아래에 밤사이 올라온 거스러미처럼 작지만 집요하게 신경을 거슬렸습니다. 모래는 단단하고 형태를 갖춘 땅이 아닙니다. 손으로 움켜쥐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고, 바람이라도 불면 원래 모습을 부정하며 형태를 바꿔버리고, 어제의 모습을 아무렇지도 않게 지워버리죠. 이런 모래가 처음부터 끝까지 나오는 책 《모래의 여자》는 이토록 유동적인 모래가 … 더 읽기

영화 《길티》 ‘조 베일러’ 캐릭터 분석 – 정의감 뒤에 숨은 죄책감

영화 《길티》 포스터와 헤드셋을 쓴 조 베일러의 모습

1. 죄책감의 두 얼굴 얼마전 영화《어톤먼트》를 통해 저희는 한 번의 잘못이 평생의 죄책감으로 이어지고, 그 죄책감이 결국 ‘글쓰기’라는 불완전한 속죄의 형식으로 귀결되는 과정을 살펴보았습니다. 브라이오니는 시간이 흐른 뒤에야, 소설이라는 매개를 통해서만 자신의 죄를 마주할 수 있었죠. 오늘 다룰 영화 《길티》는 조금 다릅니다. 이 영화에는 흐르는 시간도, 여러 장소도 없습니다. 단 하나의 방, 단 하나의 밤, … 더 읽기

영화 《속죄(Atonement)》 ‘브라이오니’ 캐릭터 분석 – 한 번의 잘못과 영원한 형벌

영화 《속죄(Atonement)》 브라이오니의 대표 이미지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잔혹한 폭력은 어쩌면 무지에서 비롯된 오만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때로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 세상을 다 안다고 착각하곤 합니다. 어린 시절의 사소한 눈짓 하나, 섣부른 확신 한마디가 누군가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모른 채 말이죠. 영화 《속죄(Atonement)》의 주인공 ‘브라이오니’는 관객들에게 가장 미움을 받는 캐릭터인 동시에, 인간의 가장 어두운 단면을 … 더 읽기

영화 《러브레터》 – 왜 어떤 마음은 너무 늦게 도착해야만 알 수 있을까

눈 내린 오타루 풍경과 편지를 담은 영화 《러브레터》 대표 이미지

누군가와 나눈 대화의 정확한 문장을 며칠 뒤, 또는 몇 년 후까지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것입니다. 그러나 오래전 받은 편지는 서랍 깊숙한 곳에 그대로 남아 있곤 합니다. 누렇게 변한 종이와 삐뚤어진 글씨를 보는 순간, 우리는 편지를 받았던 날의 공기와 감정까지 떠올립니다. 편지는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이 같은 시간을 공유하지 않습니다. 편지를 쓰는 순간의 ‘나’와 그것을 읽는 … 더 읽기

왜 이야기에는 ‘열쇠’가 등장할까 – 진실의 문을 여는 작은 쇠붙이

1. 금지된 문 앞의 열쇠 이야기를 보다 보면 자주 등장하는 물건들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열쇠입니다. 우리가 어릴 적 읽었던 전래동화부터 최신 영화에 이르기까지, 이야기 속에서 ‘열쇠’는 아주 빈번하게 등장하는 소품입니다. 단순한 쇠붙이에 불과한 이 작은 도구가 나타나는 순간, 관객과 독자는 본능적으로 직감합니다. “곧 무언가 숨겨진 비밀이 드러나겠구나” 하고 말이죠. 더 흥미로운 것은 열쇠를 발견하는 … 더 읽기

왜 주인공은 가면을 쓸까 – 가면 뒤에 숨은 또 하나의 나

1. 얼굴을 가리는 순간, 다른 사람이 된다. 이야기 속 악당들은 유난히 얼굴을 가립니다. 《스타워즈》의 ‘다스 베이더’는 검은 헬멧 속에 얼굴을 감추고, 《오페라의 유령》의 ‘팬텀’은 얼굴의 절반을 가면으로 덮습니다. 《브이 포 벤데타》의 ‘브이’는 거의 모든 순간 ‘가이 포크스’의 얼굴 뒤에 숨어 있습니다. 얼굴 전체를 가리지 않더라도 ‘조커’처럼 화장이나 분장을 통해 본래의 얼굴을 지우는 인물들도 있습니다. 왜 …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