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비밀이야!’ – 듣고 싶고 말하고 싶은 비밀의 상징과 의미

모든 이야기에는 비밀이 있습니다. 푸른 수염의 금지된 방, 해리 포터의 출생, 엘사의 능력, 인어공주의 목소리. ‘비밀’과 ‘비밀 누설의 욕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많은 신화, 전래동화, 고전 소설을 관통하는 가장 흥미로운 주제 중 하나입니다. 말하고 싶어 입이 간질거리는 욕망,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은 소망, 금기를 깨뜨렸을 때 찾아오는 쾌감과 죄책감, 그리고 비밀이 폭발하듯 세상에 드러나는 순간의 카타르시스는 서사적으로 … 더 읽기

김중미 ‘엄마만 남은 김미자’ – 헌신의 두 얼굴, 그리고 딸이 완성한 삶의 궤적

‘엄마만 남은 김미자’라는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예상되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기억을 잃는 병에 걸린 엄마와 그녀를 돌보는 딸의 투병기. 아..눈물버튼 많이 눌리겠네.. 손수건을 미리 준비해야하나… 이런 저런 기대와 생각들로 페이지를 넘겼습니다. 물론, 작가의 엄마 ‘김미자’씨는 치매에 걸렸고 작가는 그런 엄마의 이야기를 하지만 이 책은 단순한 간병기가 아닙니다. 작가는 그 간병의 시간을 통로 삼아, 할머니에서 어머니로, … 더 읽기

왜 이야기속 주인공은 부모를 잃을까 – 둥지를 잃은 새가 하늘을 난다

1. 왜 이야기 속 주인공은 부모를 잃을까? 많은 이야기 속 주인공은 유난히 부모복이 없습니다. 신데렐라도, 백설공주도, 해리포터도, 배트맨도, 심바도, 스파이더맨도 이야기가 시작되는 순간 이미 부모의 자리가 비어 있거나 곧 비워지죠.  왜 수많은 창작자들은 주인공에게서 ‘부모’를 빼앗는 것부터 이야기를 시작할까요? 부모를 잃는 것은 단순히 슬픈 설정이 아닙니다. 부모는 한 인간에게 세상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안전기지이자, 자기 … 더 읽기

조조 모예스 ‘미 비포 유’ –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선택을 어디까지 존중할 수 있을까?

온갖 악과 폭력, 불행이 난무하는 이 세상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입니다. 사랑은 여러 종류가 있지만(낭만적 사랑, 이타적 사랑, 우애적 사랑 등) 가장 근본적이고 원초적인 남녀 간의 사랑은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하고 또 순수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로맨스 소설을 좋아합니다. 사랑이 모든 상처를 치유하고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이야기는 제가 언제나 꿈꾸는 … 더 읽기

양귀자 ‘모순’ – 사랑하는 이의 무덤위로 걸어가는 여자 안진진 캐릭터 분석

나이가 들어서일까요. 다가올 미래에 대한 계획보다 과거를 회상하는 일이 잦아진 요즘, 자꾸 옛날 책들에 눈길이 갑니다. 양귀자의 모순도 어렸을때 한번 읽었던 것 같긴한데.. 당시 세상물정 모르던 나에게 책이 준 임팩트가 없었는지.. 아님 하루하루 망가져가는 기억에 묻혀버린건지.. 당췌 생각나지 않는 스토리를 손끝으로 더듬어가며 읽어봤죠. 역시나 ‘어린 시절에는 이야기를 읽었고, 어른이 된 뒤에는 그 이야기 속의 나를 … 더 읽기

주인공은 왜 숲으로 들어가나 : 길을 잃어야 만날 수 있는 나

1. 숲 – 경계를 넘어, 나무들의 침묵 속으로 익숙한 마을 길을 벗어나 우거진 나무들이 햇빛을 가리는 깊은 숲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수많은 이야기의 시작점입니다. 헨젤과 그레텔도, 빨간 모자도, 단테도, 프로도도 결정적인 순간에 숲으로 들어갑니다. 왜 하필 숲일까. 숲은 지도에 없는 공간입니다. 길이 있어도 매번 다른 곳으로 이어지고, 해가 지면 주인공은 방향 감각을 잃죠. 나무들은 … 더 읽기

늑대 : 우리 안의 ‘그림자’를 품은 야수

칠흑 같은 어둠 속, 고요한 숲속을 찢는 날카로운 울음소리. 우리는 이 소리를 듣는 순간 직관적으로 공포를 느끼며 머릿속에 하나의 실루엣을 떠올립니다. 바로 늑대입니다. 인류의 오랜 구전 동화부터 현대의 할리우드 영화에 이르기까지, 늑대는 언제나 인간의 목숨을 위협하고 질서를 파괴하는 가장 매력적이면서도 잔인한 ‘악역’으로 군림해 왔습니다. 실제 늑대는 강한 가족 유대와 정교한 사회 구조를 가진 동물이며, 인간을 … 더 읽기

정지아 ‘아버지의 해방일지’ : 부모라는 프레임을 넘어, 한 인간을 온전히 마주하는 일

부모는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부모를 다 안다고 생각하죠. 어린 시절 나의 부모는 나를 돌봐주는 존재였고, 사춘기에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었으며, 성인이 된 뒤에는 함께 인생을 이야기하는 친구같은 어른으로 존재합니다. 그러나 내가 이만큼 자란 그 모든 시간 동안 나는 ‘엄마’와 ‘아빠’라는 역할을 경험했을 뿐,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온 한 명의 인간인지는 충분히 알지 … 더 읽기

온다 리쿠 ‘달의 뒷면’: 우리는 왜 하나가 되고 싶어 하는가

저는 미스터리 소설을 읽을 때 보통 ‘누가, 왜’라는 질문에 매달립니다. 그게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재미이죠. 그런데 온다 리쿠의 ‘달의 뒷면’을 읽고 나서는 조금 다른 질문이 남았습니다. 물론 초반에는 ‘누가, 왜’라는 질문을 기본으로 이야기를 따라갔다면 후반으로 갈수록 사라진 사람들이 아니라, 그들을 쫓던 사람들에게 자꾸 마음이 갔던 것입니다. 그들은 정말 진실을 원했던 걸까요, 아니면 다른 무언가를 원하고 … 더 읽기

사과, 인류가 가장 많이 깨문 상징 : 유혹과 선택의 심리학

1. 왜 하필 사과였을까, 보편적 과일이 품은 서사의 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의 이야기 속에 가장 자주 얼굴을 내미는 과일을 꼽으라면 단연 사과입니다. 에덴동산의 선악과, 백설공주를 잠재운 독사과, 뉴턴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는 사과, 파리스가 여신에게 건넨 황금 사과. 오렌지나 바나나, 복숭아가 아닌 왜 하필 사과였을까요? 여기에는 사과라는 과일 자체의 보편성에 있습니다. 야생 사과의 원산지는 중앙아시아의 톈산산맥과 …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