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 우리는 왜 악인의 어린 시절을 궁금해할까

어릴 적 읽었던 동화 속 악인들은 이유가 없었습니다. 마녀는 원래 마녀였고, 늑대는 원래 늑대였습니다. 계모는 처음부터 잔인했고, 용은 처음부터 사람들을 괴롭혔습니다. 그들은 왜 그렇게 되었는지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악은 그저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을 시험하기 위해 존재하는 장치였던거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스크린을 채운 악당들을 떠올려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다들 눈물 없이는 … 더 읽기

신발 – 구원인가? 구속인가? 유리구두와 빨간구두의 의미와 우리에게 묻는 질문

‘패션의 완성은 신발’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의 시야에서 가장 아래 있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고 놓치기 쉽지만 그렇다고 소홀히 하면 옷의 완성도를 다 무너뜨리는.. 패션의 ‘조용한 완성자’ 이죠.  이렇게 눈에 띄지 않지만 전체를 완성하는 존재인 신발은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이야기 속에서도 숨은 주역으로 활약하곤 합니다. 오늘은 이야기 속에서 때로는 주인공의 신분을 바꾸고, 운명을 뒤집으며, … 더 읽기

‘쉿! 비밀이야!’ – 듣고 싶고 말하고 싶은 비밀의 상징과 의미

모든 이야기에는 비밀이 있습니다. 《푸른 수염》의 금지된 방, 해리 포터가 알지 못했던 자신의 과거, 엘사가 감춰야 했던 능력… ‘비밀’과 ‘비밀 누설의 욕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많은 신화, 전래동화, 고전 소설을 관통하는 가장 흥미로운 주제 중 하나입니다. 말하고 싶어 입이 간질거리는 욕망,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은 소망, 금기를 깨뜨렸을 때 찾아오는 쾌감과 죄책감, 그리고 비밀이 폭발하듯 세상에 드러나는 … 더 읽기

김중미 《엄마만 남은 김미자》 – 헌신의 두 얼굴, 그리고 딸이 완성한 삶의 궤적

《엄마만 남은 김미자》라는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예상되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기억을 잃는 병에 걸린 엄마와 그녀를 돌보는 딸의 투병기. 아..눈물버튼 많이 눌리겠네.. 손수건을 미리 준비해야하나… 이런 저런 기대와 생각들로 페이지를 넘겼습니다. 물론, 작가의 엄마 ‘김미자’씨는 치매에 걸렸고 작가는 그런 엄마의 이야기를 하지만 이 책은 단순한 간병기가 아닙니다. 작가는 그 간병의 시간을 통로 삼아, 할머니에서 어머니로, … 더 읽기

왜 이야기 속 주인공은 부모를 잃을까 – 둥지를 잃은 새가 하늘을 난다

1. 왜 이야기 속 주인공은 부모를 잃을까? 많은 이야기 속 주인공은 유난히 부모복이 없습니다. 《신데렐라》도, 《백설공주》도, 《해리포터》도, 《배트맨》도, ‘심바’도, 《스파이더맨》도 이야기가 시작되는 순간 이미 부모의 자리가 비어 있거나 곧 비워지죠.  왜 수많은 창작자들은 주인공에게서 ‘부모’를 빼앗는 것부터 이야기를 시작할까요? 부모를 잃는 것은 단순히 슬픈 설정이 아닙니다. 부모는 한 인간에게 세상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안전기지이자, 자기 … 더 읽기

조조 모예스 《미 비포 유》 –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선택을 어디까지 존중할 수 있을까?

온갖 악과 폭력, 불행이 난무하는 이 세상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입니다. 사랑은 여러 종류가 있지만(낭만적 사랑, 이타적 사랑, 우애적 사랑 등) 가장 근본적이고 원초적인 남녀 간의 사랑은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하고 또 순수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로맨스 소설을 좋아합니다. 사랑이 모든 상처를 치유하고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이야기는 제가 언제나 꿈꾸는 … 더 읽기

양귀자 《모순》 – 사랑하는 이의 무덤위로 걸어가는 여자 ‘안진진’ 캐릭터 분석

나이가 들어서일까요. 다가올 미래에 대한 계획보다 과거를 회상하는 일이 잦아진 요즘, 자꾸 옛날 책들에 눈길이 갑니다. 양귀자의 《모순》도 어렸을때 한번 읽었던 것 같긴한데.. 당시 세상물정 모르던 나에게 책이 준 임팩트가 없었는지.. 아님 하루하루 망가져가는 기억에 묻혀버린건지.. 당췌 생각나지 않는 스토리를 손끝으로 더듬어가며 읽어봤죠. 역시나 ‘어린 시절에는 이야기를 읽었고, 어른이 된 뒤에는 그 이야기 속의 나를 … 더 읽기

주인공은 왜 숲으로 들어가나 – 길을 잃어야 만날 수 있는 나

1. 숲 – 경계를 넘어, 나무들의 침묵 속으로 익숙한 마을 길을 벗어나 우거진 나무들이 햇빛을 가리는 깊은 숲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수많은 이야기의 시작점입니다. 《헨젤과 그레텔》도, 《빨간 모자》도, 《단테》도, 《프로도》도 결정적인 순간에 숲으로 들어갑니다. 왜 하필 숲일까. 숲은 지도에 없는 공간입니다. 길이 있어도 매번 다른 곳으로 이어지고, 해가 지면 주인공은 방향 감각을 잃죠. 나무들은 … 더 읽기

늑대 – 우리 안의 ‘그림자’를 품은 야수

어릴 때 읽었던 이야기 속 늑대는 언제나 위험한 존재였습니다. 빨간 망토를 속이고, 아기 돼지들의 집을 무너뜨리고, 양 떼를 노립니다. 그래서인지 ‘늑대’라는 말을 들으면 지금도 먼저 떠오르는 것은 사나운 이빨과 어두운 숲입니다. 그런데 실제 늑대에 대해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상한 점이 생깁니다. 늑대는 강한 가족 유대를 이루며 살아가고, 우리가 이야기에서 보아온 것처럼 인간을 찾아다니며 공격하는 동물도 아닙니다. … 더 읽기

정지아 《아버지의 해방일지》 – 부모라는 프레임을 넘어, 한 인간을 온전히 마주하는 일

부모는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부모를 다 안다고 생각하죠. 어린 시절 나의 부모는 나를 돌봐주는 존재였고, 사춘기에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었으며, 성인이 된 뒤에는 함께 인생을 이야기하는 친구같은 어른으로 존재합니다. 그러나 내가 이만큼 자란 그 모든 시간 동안 나는 ‘엄마’와 ‘아빠’라는 역할을 경험했을 뿐,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온 한 명의 인간인지는 충분히 알지 …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