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연 작가 ‘홍학의 자리’ 김준후 캐릭터 분석: 우리 안의 불편한 욕망을 직면하다

정해연 작가의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홍학의 자리’는 우리에게 강렬한 서스펜스뿐만 아니라,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이야기에는 서로 얽히고 설킨 인물들이 여럿이 나오지만 특히 주인공 ‘김준후’라는 인물은 극의 중심에서 서사를 이끄는 가장 입체적이면서도 동시에 기이할 정도로 평면적인 인물입니다.

오늘은 김준후라는 복잡하고도 단순한 캐릭터를 심리학적 관점, 특히 ‘자기애성 성격 특성(Narcissistic Traits)’을 통해 분석해 보고, 이 인물이 우리에게 주는 심리적 메시지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이 곳의 모든 글은 저의 개인적인 견해 입니다.

1. 복잡함과 단순함의 공존: 오직 자신의 욕망만 존재하는 세계

김준후는 겉보기에는 복잡한 내면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행동을 지배하는 핵심 동기를 추적해 보면 놀라울 정도로 단순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그 구조의 중심에는 바로 ‘오직 자신의 욕망과 이익’만이 존재하죠.

심리학에서 극단적인 자기중심성은 타인의 감정에 동조하지 못하고 자신의 세계관만을 절대시하는 특징을 보입니다. 김준후에게 있어 주변의 모든 인물과 관계는 정서적으로 연결되고 상호관계적인 관계가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채우거나 안위를 지키기 위한 ‘도구’이자 ‘수단’에 불과합니다.

그가 매 순간 내리는 극단적인 선택들은 얼핏 보면 치밀하고 복잡한 계산의 결과 같지만 사실은 “어떻게 해야 내 이익을 지킬 수 있는가”라는 단 하나의 단순한 명제에서 출발합니다. 우리가 그의 생각과 행동이 복잡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그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그동안 우리가 익히고 배워온 수많은 사회적 기준과 규범의 잣대를 가져오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어려움때문일수도 있습니다.

2. 김준후는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이야기를 읽는 중간 중간에도 저는 김준후가 ‘왜 이런 행동을 하지?’ 의아했던 순간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나의 경험에 비추어 그의 행동을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보며 이해해보려고 시도했었습니다. 그럴때마다 각 행동간에 연결고리가 없어서 계속 좌절을 했었죠. “김준후는 왜 도대체 그런 파멸적인 선택을 했을까?”라는 의문은 그가 자기애성 성격(Narcissistic personality) 특성으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자기애성 성격 특성이란?

자신의 중요성을 과장되게 느끼고,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결여되어 있으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려는 경향을 말합니다. 김준후의 행보를 이 이론에 대입해 보면 그의 기이한 행동들이 조금은 이해되기 시작합니다.

  • 타자성의 상실: 그에게는 타인의 고통이나 도덕적 가치보다 ‘자신의 안위와 사회적 가면’이 훨씬 중요합니다.
  • 통제 유지를 위한 방어기제: 자신의 세계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을 때, 죄책감을 느끼기보다는 상황을 통제하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거침없이 극단적인 선택을 내립니다.

결국 그가 보여주는 모든 행동의 동기는 철저하게 자기 방어적이고 이기적입니다. 이러한 심리적 단순함이 오히려 예측 불가능한 복잡한 사건들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되는거죠.

3. 독자가 느끼는 이율배반: 질타와 질투, 그리고 불편한 거울

김준후라는 인물이 우리에게 매력적이면서도 동시에 불쾌함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는 바로 우리 내면에 숨겨진 ‘인정하기 싫은 불편한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입니다.

프로이트 심리학의 개념을 빌리자면, 인간은 누구나 가공되지 않은 원초적 욕망인 ‘이드(Id)’를 가지고 태어납니다. 갓 태어난 아기와 돌 전 후의 아이들을 보면 ‘이드(Id)’가 지배하는 삶을 알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행위이죠. 하지만 성인이 되고 사회화 과정(훈육과 교육)을 거치면서 도덕과 규범을 중시하는 ‘초자아(Superego)’에 의해 이 욕망을 통제하며 살아갑니다. 건강하게 초자아가 자리 잡은 사람은 삶의 많은 순간에서 타인의 눈치를 보며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고 살아가고 이것은 사회생활을 하는 인간에게 꼭 필요한 행동양식이죠.

반면, 김준후는 사회적, 도덕적으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방식으로 질주합니다. 오직 그의 욕망과 이익만을 위해. 저를 포함한 자라면서 적당한(?) 도덕적 발달을 이룬 사람들은 그의 질주를 보면서 깊은 혐오감을 느끼고 그와 동시에 규범이나 타인의 시선에 구애 받지 않고 오직 자신의 욕망(이드)만을 좇아 거침없이 움직이는 그의 모습에 대한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합니다.

“욕망의 존재인 인간으로서는 자연스럽지만 사회화된 인간으로서는 인정받지 못하는 행동을 보면서 우리는 질타와 질투를 동시에 느끼는 거죠”

4. ‘홍학의 자리’가 우리에게 남긴 것

‘홍학의 자리’ 속 김준후는 단순한 범죄 소설의 악인이 아닙니다. 심리학적으로 정교하게 박제된 ‘인간의 이기심 그 자체’를 대변하는 인물입니다.

그의 파멸을 지켜보며 우리가 느끼는 씁쓸함은, 어쩌면 우리 역시 삶의 어느 한 부분에서는 오직 나만의 이익과 욕망을 위해 이기적인 선택을 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불편한 자각’과 나도 때로는 내 욕망을 위해 타인을 무시하고 싶을 때가 있다는 ‘불편한 공감’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으로서의 자연스러운 본능과 사회적 성인으로서의 책임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김준후라는 강렬한 캐릭터를 통해 다시금 되새기게 됩니다.

## 연관되는 이야기

영화 ‘얼굴’ 임영규 캐릭터 분석 : 낙인된 인간의 존재와 파멸

왜 이야기 속 계모는 늘 악인일까

댓글 남기기